책소개
이 책은 조선조 후기의 국어 연구에서 뛰어난 저작으로 평가되어 일찍이 20세기 초반부터 여러 국어학자들에게 비상한 주목을 받아 왔다. 제목인 ≪언문지≫는 오늘날 국제 음성표기 기호(IPA)로서의 ‘한글 연구’ 정도로 새길 수 있다. 언문(諺文)은 한글을 낮추어 부르는 말이며, 때로 아녀자들이 쓰는 글이라고 하여 ‘암클’로도 불렸다.
유희의 ≪언문지≫는 이전의 연구자들이 갖고 있지 않던 시각을 지니고서 음운을 새롭게 해석하고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가치를 부여받는다. 이는 세계가 하나의 중심이 있다는 중세 관점에서 벗어나서, 각 나라마다 자국 중심의 시각을 지니려는 근대 관점의 태동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한편 그의 시각이 더욱 확대되어 우리말의 전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해 보지 못했다는 점은, 비단 그뿐만 아니라 당시 지성인들의 일반적인 한계라고 지적할 수 있다.
즉, 우리말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거의 드물던 시대에 우리말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더욱이 한글의 우수성을 논증하려고 한 시도를 크게 살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실에서 쓰던 우리말을 대상으로 완벽한 우리말 연구가 될 수 없었던 한계가 단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
200자평
1824년에 쓰인 유희의 ≪언문지≫는, 이전의 연구자들과는 다른 시각으로 음운을 새롭게 해석하고 연구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이 책에서 옮긴이는 번역과 함께 꼼꼼한 고증으로 ≪언문지≫의 우수성을 밝히고 있다. 또한 다양한 부록을 첨가해 원전의 이해를 돕는다.
지은이
유희는 1773년 윤3월 27일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매산리 옛집에서 태어났다. 자는 계중(戒仲)이고, 어릴 때 이름은 경(儆)이며, 40세가 넘은 뒤에 희(僖)로 고쳤다. 호는 서파(西陂)·방편자(方便子)·남악(南岳)·단구(丹邱)·관청농부(觀靑農夫)·부옹(否翁) 등이다.
일찍 한자와 한문을 깨우쳐서 7세 때 사략과 통감을 통독했고, 15세 때 주역의 이치를 깨달았다. 1783년 11세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예도에 맞게 상주 도리를 다했다. 1790년(정조 14년) 18세 때 소과 초시에 입격했지만, 벼슬에 뜻을 두지 말라는 어머니의 뜻을 받들어 학문과 농사일에만 전념했다. 37세 때에는 충청도 단양 산골 속으로 들어갔고, 마침 큰 흉년과 홍경래 난을 무사히 넘겼다. 47세 때 다시 용인 옛집으로 되돌아갔고, 49세 때 83세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1824년(순조 24년) 52세 때에, 옛날에 만들어 둔 원고를 그만 분실해, 다시 ≪언문지≫를 지었다. 이를 절친한 친구인 석천 신작에게도 보여 주었다. 1825년 53세 때 과거를 보라는 둘째 누나의 권유에 못 이겨, 생원 소과인 을유 사마방에 응시해 입격했다. 1829년(순조 29년) 57세 때 순종의 왕세자가 춘당대에 직접 와서 성균관 유생들에게 감귤을 내려 주고서 글을 짓도록 하는 감제시에 ‘3하’로 입격, 회시(복시)에 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문과방목에 이름이 올라 있지 않은 것으로 봐서, 회시에 급제하지는 않은 듯하다.
벼슬에 나가지 않고 오직 학문과 저술에만 전념했고, 거의 100권에 이르는 원고를 남겼다. 1837년(헌종 3년) 2월 초1일 65세를 일기로, 경기도 용인군 모현면 남악 새집에서 세상을 버렸다.
옮긴이
제주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1988년 이래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에 있다. 저서로 ≪언어의 심층과 언어 교육≫(도서출판 경진, 2010), ≪국어 통사·의미론의 몇 측면≫(도서출판 경진, 2010), ≪내포문으로서의 부사형 어미 구문 논증≫(도서출판 경진, 출간 예정)이 있고, 번역서로 ≪옥스포드 언어 교육 지침서≫ 듣기·말하기·쓰기·읽기·어휘·문법·담화·평가(전8권, 범문사, 2003), 학술진흥재단의 명저 번역으로 출간한 르펠트의 ≪말하기: 그 의도에서 조음까지≫ 1·2(나남, 2008)가 있다. 또한 월리스의 ≪언어 교육 현장 조사 연구≫(나라말, 2009), 클락의 ≪언어 사용 밑바닥에 깔린 원리≫(도서출판 경진, 2009), 머카씨의 ≪입말과 담화 중심 언어교육≫(도서출판 경진, 2009), 장한철의 ≪표해록≫(지식을만드는지식, 2009), ≪최부 표해록≫(지식을만드는지식, 2010), 유희의 ≪언문지≫(지식을만드는지식, 2012) 등이 있다.
차례
서문
제1장. 초성에 대한 사례
1) ≪광운≫ 36자모
2) ≪집운≫ 36자모와 ≪고금운회≫ 35자모
3) ≪홍무정운≫ 31자모
4) ≪훈민정음≫ 15초성
5) ≪화동 정음통석 운고≫ 17초성
6) 유희가 교정한 초성 25자모와 11항목의 문답
제2장. 중성에 대한 사례
1) ≪화동 정음통석 운고≫ 중성 11형태
2) 유희가 교정한 중성의 올바른 사례 15형태
3) 중성 변용 사례 1형태
4) 중성에 대한 논의
제3장. 종성에 대한 사례
1) ≪화동 정음통석 운고≫ 종성 8운
2) 유희가 교정한 종성 받침의 올바른 사례 6운
3) 종성 받침의 변용 사례 1운과 11항목의 문답
제4장. 음절을 이룬 온전한 글자 사례
제5장. 한글에 대한 마무리 생각
부록
1. 유희의 전기
2. ≪자휘≫ 속에 있는 이세택 ‘운법 횡도’의 평성
3-1. 조선어학회 간행 ≪언문지≫ 추가 수정
3-2. ≪진주유씨 서파 유희 전서Ⅰ≫ ‘언문지’ 추가 수정
한국학중앙연구원에 기탁된 필사본 사진
서울대 규장각 가람문고 필사본 사진
참고 문헌
찾아보기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지금 제가 ≪언문지≫를 펴내면서 비록 간간이 한자음을 명확히 밝혀 놓았지만, 처음부터 한자음을 위해서 펴낸 것은 아닙니다. 오직 사람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소리를 모두 적고자 했을 따름입니다.
-47쪽
한글[諺文]의 제작은 본래 음악의 율려에 맞춘 것이다. 초성의 청음·탁음과 종성의 평성·입성을 살펴보고자 한다면, 간간이 지극히 은미하고 지극히 오묘한 경계 속에 들어간다. 진실로 누에의 실을 뽑고 쇠털을 하나씩 세어 가는 정밀하고 오랜 학문이 아니라면 능히 은밀하게 부합되도록 할 수 없는 것이다.
-8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