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이 책은 파리를 세계의 중심지로, 현대적 도시로 바꾸려는 오스망의 야심 찬 파리 개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의 투기 열풍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동시에, 제2제정하의 파리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 배금주의와 육체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또한 대규모 파리 개발 계획과 이로 인해 태어난 벼락부자들의 사치스러운 행각들, 제정의 비윤리성과 수치스러운 행태들을 놀랄 만치 섬세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읽기 쉬우면서도 인상적인 작품
≪쟁탈전≫의 초안에는 ‘야심과 욕망의 혼란’, ‘식욕과 야심의 대향연’, ‘투기의 광태’, ‘조숙한 젊은이들의 어리석고 방탕한 생활’, ‘극도의 사치’, ‘지나치게 조숙한 머리와 육체로 타락하는 사람들’이라는 문구가 나타난다. 이 소설은 졸라의 첫 번째 소설 ≪루공가의 운명≫이 끝나기 전에 구상되었지만, 프러시아와의 전쟁, 파리코뮌으로 쓰는 것이 늦어진다. 소설은 1871년 9월 29일부터 <라 클로슈>지에 연재됐으며, 1872년 제정이 무너진 후 책으로 나온다. 신문 연재소설의 특성상 에피소드와 중요 장면에 따라 이야기가 나뉘는 경향을 보이며, 독자들의 관심을 계속 끌기 위한 서스펜스 효과도 강조된다. 또한 이야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연결성을 보완하기 위해 중요 장면은 반복되어 나타나면서 독자들의 기억을 상기시킨다. 앙젤의 죽음이나 근친상간의 발견과 같은 장면에서는 멜로드라마적인 요소도 엿보인다. 이런 특성들이 발달한 것은 감각적 충격을 원하는 대중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신문 연재소설로서 읽기 쉬우면서도 인상적이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내면 심층에 자리 잡은 정신 현상에 대한 집요한 추적
졸라는 이 작품에 극도의 정확성과 놀랄 만한 입체감을 주려고 했으며 성공을 확신했다. 그러나 1871년 파리코뮌이 들어선 상황의 여파 때문인지 예상과 달리 대중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이 작품은 4년 후 ≪목로주점≫의 성공 이후 다시 비평가들의 눈을 끌게 되면서 찬사를 받았다. 지금도 ≪루공마카르 총서≫ 중에서 가장 우수한 작품군으로 분류되며 주제와 모티브들이 서로 얽혀 있는 졸라의 복잡하고 정교한, 그리고 완벽한 건축물의 좋은 예로서 ‘현실 세계의 전형적인 현상들을 환상적으로 투사시킨 소설-시’로 표현된다. 사실적인 묘사에서도 신화적 차원이 돋보인다. 여주인공 르네의 모습은 에코 요정과 페드르로, 파리는 지옥의 불이나 용광로 또는 악인으로 묘사되면서 저주받은 도시라는 신화와 연결된다. 황금과 육체 이외에도 다른 주제들, 불, 물, 식물의 성장을 상징하는 구조는 인간에 내재된 심층적 욕망들과 연결되면서, 사회와 역사를 풍자하는 이 작품에서 환상이라는 뜻밖의 세계를 만나게 한다. 나아가 내면 심층에 자리 잡은 정신 현상에 대한 집요한 추적이 엿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200자평
에밀 졸라의 소설. 파리를 세계의 중심지로, 현대적 도시로 바꾸려는 오스망의 야심 찬 파리 개발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의 투기 열풍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술하는 동시에, 제2제정하의 파리 상류층의 도덕적 타락, 배금주의와 육체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한다. 더불어 대규모 파리 개발 계획과 이로 인해 태어난 벼락부자들의 사치스러운 행각들, 제정의 비윤리성과 수치스러운 행태들을 그린다.
지은이
1840년 4월 2일 파리에서 태어났다. 일곱 살 때 아버지가 폐렴으로 사망하여 어릴 적부터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다. 엑상프로방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1858년 파리로 돌아와 생루이 고등중학교에 입학했다. 졸업 후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후 학업을 포기하고 아셰트 출판사에 취직했다. 1865년 자전소설 ≪클로드의 고백≫을 발표한 이듬해 출판사를 그만두고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867년 최초의 자연주의 소설 ≪테레즈 라캥≫을 출간했고, 이후 발자크의 ‘인간극’에 영향을 받아, 제2제정기 프랑스 사회를 총체적으로 그려내려는 목표를 세우고 ‘루공마카르 총서’를 기획했다. 총 스무 권의 연작소설로 이루어진 ‘루공마카르 총서’는 23년에 걸쳐 출간되었다. ≪목로주점≫ ≪나나≫ ≪제르미날≫ ≪인간 짐승≫ 등 그의 대표작 대부분을 포함하고 있는 ‘루공마카르 총서’를 통해 졸라는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 작가로 자리매김한다. 1898년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 「나는 고발한다」를 발표하여 행동하는 지성의 상징이 되었다. 1902년 9월 29일 파리에서 가스중독 사고로 사망했고, 1908년 유해가 팡테옹 국립묘지로 이장되었다. ≪제르미날≫은 프랑스 북부의 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노동자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과 그들의 저항, 투쟁을 생생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한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노동자계급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최초의 소설이다. ≪목로주점≫ ≪나나≫와 더불어 가장 높은 판매 부수를 자랑하는 졸라의 대표작으로 수차례에 걸쳐 영화화되었다.
옮긴이
연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에서 에밀 졸라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연세대 강사, 연세대 유럽사회문화연구소 연구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 대중문화(영화) 연구, 축제 문화 연구 등이다. 저서로는 ≪목로주점≫, ≪자연주의 미학과 시학≫, ≪사회 비평과 이데올로기 분석≫, ≪축제 문화의 제 현상≫(공저), ≪축제와 문화적 본질≫(공저)이 있으며 역서로는 ≪로마에서 중국까지≫, ≪사실주의 문학의 이해: 비평, 역사, 시학에 대해≫, ≪상투어-언어, 담론, 사회≫, ≪유토피아≫, ≪소설 분석-현대적 방법론과 기법≫, ≪중세 미술≫, ≪잘못된 길-1990년대 이후의 급진적 여성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이 있고, 프랑스 문화예술학회, 한국불어불문학회의 학회지 등에 졸라, 영화, 축제를 다룬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르네는 눈을 들어 어두워져 가는 황혼 속에서 점점 희미해지는 연푸른색 하늘이 깊숙이 드넓게 열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공범인 도시를 생각했다. 휘황찬란한 밤거리를, 숲의 뜨거운 오후들을, 잔뜩 찌푸린 날이나 너무나 뜨거웠던 날, 새로 지은 고급 주택에서 보낸 나날들을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 머리를 숙이고 어린 시절의 그 평화로운 수평선을, 그녀가 평화로운 삶을 꿈꾸었던 부르주아와 노동자의 도시 그 한구석을 보았을 때 마지막 쓴맛이 입 안에 밀려왔다. 두 손을 맞잡은 채 어둠이 내려오는 그 방에서 그녀는 흐느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