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존의 두 언어, 물질과 환영
인간 실존의 두 언어, 물질과 환영
인간은 물질과 정신이다. 세포 운동의 동적 균형을 영혼과 감성, 곧 인격이 운영한다. 자신을 인식하는 유일한 생물체, 반성하는 동물은 스스로를 모사한다. 연극은 몸으로, 영화는 기억으로 묻는다.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무엇인가? 연극과 영화는 물질과 환영으로 인간의 대답을 전한다.
초록 앵무새/아나톨의 망상 세기말적 분위기와 인간 심리를 예리하고도 집요하게 파헤친 슈니츨러의 작품 두 편이다. <초록 앵무새>에는 진지함과 연극, 삶과 코미디가 뒤섞인 인간 실존의 모습이 농축되어 있다. <아나톨의 망상>은 데뷔작 <아나톨>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늙은 떠돌이 아나톨이 사랑을 갈구한다. 슈니츨러의 작품은 주제와 형식의 새로움으로 현대 독자들에게 낯선 충격을 준다. 아르투어 슈니츨러 지음, 최석희 옮김 |
서편제 1993년 한국 영화 사상 최초로 백만 관객을 모은 작품. 이청준의 연작소설 <남도사람들>을 김명곤이 각색했다. 득음을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거쳐 끝내 소경이 돼야 하는 운명까지도 감내하는 주인공 송화(오정해). 임권택 감독은 그녀의 파란만장한 인생 여정을 통해 소리꾼으로 살아가는 일이 한을 쌓는 일임을 얘기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한의 예술’을 판소리로 엮어 내 한국적 소리의 신화를 창조했다. 이청준(원작), 김명곤(각색) |
여우 볼포네 셰익스피어를 극찬한 초대 계관시인 벤 존슨의 대표작이다. 탐욕스러운 인물들이 늙은 여우 볼포네와 그 하수인 모스카의 계략에 말려든다. 유산을 상속받으려고 금은보화를 갖다 바친다. 만족을 모르는 볼포네의 욕심으로 결국 모스카도 그를 배신한다. 돈에 눈이 멀어 양심을 저버리고 악덕을 서슴지 않은 이들에게 합당한 벌이 내려진다.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을 풍자한다. 벤 존슨 지음, 강석주 옮김 |
죄지은 어머니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에 이어지는 보마르셰의 피가로 삼부작 완결편이다. 피가로가 결혼한 지도 20년이 지났다. 명랑하면서도 거침없는 반항정신을 지녔던 그는 어느덧 중년에 접어들었다. 알마비바 백작 부부와 자녀들에게 위기가 찾아오자 해결사로 나선다. 진지함과 웃음을 뒤섞으며 부르주아의 덕목을 강조하는 디드로식 드라마의 이상에 부합하는 작품이다. 보마르셰 지음, 이선화 옮김 |
서푼짜리 오페라 이 시대의 마지막 전방위적 예술가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작품이다. 그가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를 번안하고 쿠르트 바일이 노래를 작곡해서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었다. 시간에 쫓기며 만든 이 작품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브레히트는 세계적인 작가가 되었고, 연극에는 독특한 노래 문화가 정립되었다. 세계 각국 무대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는 연극의 베스트셀러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지음, 이원양 옮김 |
베니스의 상인 천줄읽기 주인공 샤일록은 유대인을 언급하는 곳에서 너무나도 많이 인용되고, 포샤는 현명한 여성의 전형으로 늘 언급된다. 이 둘은 햄릿과 마찬가지로 역사상 실존하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알려진 인물이다. 셰익스피어를 두고 극작가 벤 존슨은 “어느 한 시대의 사람이 아니라 모든 시대의 사람”이라고 극찬했다. ≪베니스의 상인≫을 읽으면 벤 존슨의 평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김종환 옮김 |
갯마을 오영수의 단편소설을 신봉승이 각색하고 김수용이 감독했다. 1965년 한국의 토속성과 서정성을 잘 살린 영상이 돋보인다. 남해안의 갯마을, 여인들이 파도를 바라보며 노래를 부른다. 얼마 전에도 남편과 아들이 고기잡이를 나갔다가 죽는 통에 떼과부가 생겼다. 해순이(고은하) 역시 젊은 과부다. 하루는 산에서 숯을 굽는 성구(신영균)를 만나 정을 통하는데… 갯가에 사는 여인들의 애환을 유려하게 그렸다. 오영수(원작), 신봉승(각색) |
장마 <오발탄>, <사람의 아들>을 연출한 영화계의 거목 유현목 감독의 작품이다. 6·25 동란 때 동만의 집에는 외가댁이 피난을 와서 함께 살았다. 동만의 친삼촌은 빨치산의 일원이었고, 외삼촌은 국군으로 전투에서 전사하고 만다. 그러자 동만의 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사이에는 금이 가고 냉전이 계속된다. 1979년 반공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 인간 화해를 그린 뛰어난 작품이다. 윤흥길(원작), 윤삼육(각색) |
꼬방동네 사람들 배창호 감독의 데뷔작이다. 빈촌에 검은 장갑이라고 불리는 젊은 아낙네(김보연)가 산다. 신분을 알 수 없는 태섭(김희라)에게 개가해서 살지만 어린 아들은 사사건건 계부와 충돌한다. 억척스럽게 사는 검은 장갑 앞에 교도소에서 출감한 전남편 주석(안성기)이 나타나면서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도시 빈민들의 참담한 삶을 따뜻한 인간애로 승화한 이 작품은 1982년 대종상 신인감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배창호 지음 |
파이란 한 여자가 한 남자의 인생을 구원한다는 이야기다. 아사다 지로의 단편 <러브레터>에 두툼한 살을 입혔다. 조직 내에서 겪는 갈등이나 두목이 친구라는 설정은 원작에는 없는 것이다. 덕분에 영화는 이강재(최민식)가 죽음을 맞게 되는 동기를 부여하며, 개과천선하는 그의 삶을 더욱 극적인 것으로 만든다. 장백지의 청순미와 최민식의 인간미가 만나 2001년 주목할 만한 멜로드라마를 낳았다. 안상훈·송해성·김해곤 지음 |
2840호 | 2016년 1월 26일 발행
인간 실존의 두 언어, 물질과 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