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
이재현의 <<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
시간을 만드는 공간에서
무엇이든 실재하는 것은 두 개 이상일 수 없으므로 같은 시간에 다른 곳에 있었던 또 하나는 거짓이고 있는 것은 허위다. 이것은 우리의 진리였으나 이제는 아니다. 인간의 존재를 인간 바깥에서 만나기 시작하면서 장소는 장소를 낳고 그것은 새로운 시간을 낳는다. 인간은 본질뿐만 아니라 존재까지도 관계라는 사실이 확인되기 시작한다.
모바일 문화는 언제 시작되었는가, 현대의 특징인가?
역사적으로 보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이동성만을 고려하면 신대륙을 발견하고 근대적 교통수단이 발전한 시대도 모바일 문화 시대라 할 만하다. 미디어와 관련해서도 디지털 모바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아날로그 미디어도 상당수가 모바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 <<모바일 문화를 읽는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들>>이 생각하는 모바일 문화는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
역사적으로 확대하지 않고 디지털 시대 문화 현상으로 한정한다. 미디어화를 중심축으로 삼아 고찰함으로써 모바일 미디어 문화로 한정한다.
모바일 문화의 정의는 무엇인가?
흔히 모바일 미디어가 보편화된 사회 문화라 말한다. 그러나 학술적으로 정의하면, 디지털 모바일 미디어라는 특정한 미디어의 논리가 문화적 형식은 물론 사회적 과정에도 개입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모바일 미디어의 특정 미디어 논리란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이동성이다. 문화적 형식이 모바일 미디어로 소통될 경우, 콘텐트와 상호작용 방식은 이동성을 구현해야 한다. 더 나아가 디지털 모바일 미디어는 SNS에서 보듯 보다 즉각적·일시적·다중적 소통을 가능케 한다. 그 점이 아날로그 미디어와 구별된다.
미디어에 대한 기능주의적 접근이란 무엇인가?
전통적 기능주의적 접근은 휴대전화, 스마트폰, 모바일 오디오 플레이어와 같은 디지털 모바일 미디어의 속성을 출발로 삼아 미디어의 이용 동기와 그 과정을 탐색하는 것이다.
이 방법론의 한계는 무엇인가?
두 가지다. 하나는 이용 동기와 이용 행태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모바일 미디어를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을 상대적으로 고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대부분의 기능주의적 연구가 전화로 상징되는 모바일 미디어의 특정 기능만 주목한다는 것이다.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이 기능주의 방법론을 극복할 수 있는가?
미디어 연구가 노정하는 이론의 빈곤을 극복할 통찰을 제공할 것이다.
어떤 통찰이 가능해지는가?
시·공간을 초월한 고전적 개념은 모바일 문화를 포함해 미디어 연구의 외연을 넓힐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인문사회과학의 고전적 개념은 학제적 고립주의에서 벗어나 최근 주목받는 학제 간 접근 또는 통섭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인문사회과학의 고전 개념이 열 가지뿐인가?
아니다. 그러나 이런 개념이 모바일 문화를 기능주의적 접근과 달리 새롭게 읽어 낼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물론 이런 개념이 현대의 모바일 문화 전반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데 적합한지는 또 다른 검토를 요한다.
이 책에서 다루는 고전 개념의 방법적 기능은 무엇인가?
현대 모바일 문화를 이해하려 할 때 이 개념이 어떠한 함의를 갖는지 논의함으로써 적용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19세기 산보자 개념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적용되나?
산보자 개념은 두 측면에서 디지털 시대에도 유력하다. 데이터 공간, 즉 사이버스페이스를 항해하는 행위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산보자 고유의 물리적 이동성을 고려할 때 모바일 문화를 이해하는 개념으로 즉각 전유할 수 있다. 디지털 산보자는 이런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스펙터클 사회는 모바일 문화에서 어떻게 해석되는가?
바네사 슈와르츠에게 19세기 파리는 산보자의 스펙터클이다. 반면 기 드보르에게는 스펙터클이 표상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관계의 전도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는 스펙터클이 제공하는 이미지에만 매혹되어 진정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방해하는 것을 현대사회의 특성으로 간주한다. 이런 두 가지 개념은 디지털 시대, 모바일 문화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미셸 드 세르토의 공간 이야기와 모빌리티의 접점은 무엇인가?
현대사회의 일상적 실천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걷기와 같은 공간적 실천으로 구성되는 담론을 말한다. 모바일 미디어 이용자는 그 자체로 공간 이동하는 주체다. 이동성을 통해 장소를 공간으로 전유하는 것을 넘어 모바일 미디어에 공간 이야기를 기록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
르페브르의 리듬분석이 모바일 문화 해석에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가?
모바일 미디어 이용을 둘러싼 리듬, 보다 넓은 맥락에서는 모바일 문화의 리듬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개념과 통찰력을 제공한다. 모바일 미디어 이용자는 도시 공간을 이동하며 타자를 만나 또 다른 리듬을 접하며, 모바일 미디어 외에 다른 미디어를 동시에 또는 비동시에 이용하며 각기 다른 미디어 리듬을 넘나들기 때문이다.
모바일 문화의 리듬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있기는 한가?
미디어 리듬 일반과 마찬가지로, 생체 리듬–미디어 리듬– 타자 리듬– 도시 리듬이라는 다중적 리듬으로 구성된다. 도시 리듬은 거시적 차원에서 한 사회의 속도감과 밀접히 관련된다. 미시적 차원에서는 이동 공간, 휴식 공간, 노동 공간 등 분절적인 다양한 공간에서 이질적 리듬을 경험한다. 모바일 미디어 이용자는 다층적으로 다양하게 구성되는 앙상블 리듬을 경험한다.
1980년대 워크맨 효과는 모바일 문화의 시발점이었나?
워크맨은 일본 소니가 1980년 봄 출시한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다. 역사상 처음으로 사사화된 음악 청취라는 새로운 미디어 이용 관습을 만들어 냈다. 이런 음악 청취 경험을 슈헤이 호소카와는 워크맨 효과라 불렀다. 워크맨을 계승한 모바일 디지털 오디오 플레이어, MP3 플레이어는 음악 청취라는 미디어 경험은 물론 공간의 심미화라는 공간 경험을 제공한다.
당신이 말하는 크로노토프란 어떤 의미의 개념인가?
크로노토프란 그리스어로 시간을 뜻하는 ‘크로노스(chronos)’와 장소를 뜻하는 ‘토포스(topos)’의 결합이다. 시공간이란 의미다. 문학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이 문학비평에 처음 사용했다. 지리학자 토르스텐 헤거슈트란트는 시간과 공간을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크로노토프를 의미하는 시간지리학을 사회과학의 새 개념틀로 제시했다. 이 개념은 시간과 공간을 이동하며 이루어지는 미디어 이용행태를 설명하는 유력한 분석틀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재현이다.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다. 디지털 미디어와 문화, 소프트웨어 문화, 미디어 수용자를 연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