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와 위험 정보사회
강정수, 김기환, 김예란, 백욱인, 윤상오, 이광석, 조동원, 조현석, 황주성, 홍성태의 <<빅데이터와 위험 정보사회>>
우리 몸을 감출 수 있을까?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 기기는 우리의 삶을 기록한다. 기록은 네트워크 기술자에게 보고되고 축적된 뒤 활용된다. 태어날 때부터 네트워크에 포박된 새로운 세대는 무엇 하나 가릴 수 없는 나체다. 옷 없이 인간이 살 수 있을까?
빅데이터를 무엇이라 정의하나?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데이터의 생산 규모, 처리 속도, 범위를 지칭한다. 이용자 활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비정형 데이터가 핵심이다.
정보자본주의의 추동력인가?
빅데이터는 정보자본주의 혹은 글로벌 정보혁명을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소셜 웹과 빅데이터는 경쟁자인가?
소셜 웹이 주도했던 글로벌 경제의 이윤 창출 방식이 점차 빅데이터 기반형 구도로 변한다. 앞으로 자본주의적 가치 생산의 전화와 관련해 매우 큰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빅데이터는 어떻게 생성되나?
디지털 이용자들이 일상 삶을 영위하며 만들어 내는 다양한 잉여 활동이다.
다양한 잉여 활동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 클릭, 채팅, 이미지와 동영상 생산 등 다양한 데이터 배출을 비정형 데이터라 부르는다. 이 데이터들의 자본주의적 활용과 전유가 빅데이터 생산의 근간을 이룬다.
빅데이터 현상은 누가 주도하나?
국가, 자본, 사회적 갑-을 관계에서 갑이 주도한다. 실시간 소비자 데이터베이스를 생산·수집·관리·분류·분석하는 기업들, 예를 들어 구글, 페이스북, 비자카드, 아마존이 그 주축 세력이다.
생산 방식은 어떻게 진행되나?
디지털 이용자들의 성별·성향·가치관·태도·소비습관·동선·친구관계 등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파악하여 특정 소비자군의 (소비) 패턴을 읽거나 특정 개별자, 예를 들면 테러리스트를 찾을 수 있다.
기업이나 국가는 빅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일반 기업들은 데이터 관리를 통해 생산 공정과 유통 등에서 공정 오류를 해결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힘을 얻는다. 웹 기반 표적 마케팅을 수행하는 기업들은 실시간 소비자의 움직임을 포착하면서 그들의 수요와 태도을 예측할 수 있다. 국가 기구는 시민들에게 맞춤형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빅데이터에 대한 비판 분석의 논리 근거는 무엇인가?
빅데이터는 개별자들이 남긴 흔적을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에 기반을 둔다. 문제는 관료적 혹은 기업적 효율성을 얻는 대가로 개별자들이 끊임없이 활동하며 남기는 정보들이 기업과 국가에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감시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점이다.
빅데이터는 인간 감정의 변화를 읽어낼 수 있는가?
페이스북의 ‘좋아요’나 댓글을 다는 행위가 그 예에 속한다. 이들은 다 개별 무정형 데이터로, 즉각 기업의 서버로 옮겨져 실시간 분석되어 개인과 집단의 취향이나 패턴을 읽는 자료로 활용된다.
감정의 객관화란 인간의 홀로 있을 권리를 위협하는가?
프라이버시 침해는 이미 빅데이터 이전에도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문제는 오늘날 홀로 남겨지는 권리, 즉 프라이버시 개념이 작동하지 않는 데 있다. 빅데이터는 모든 곳으로부터 완전히 벗겨진 개별자의 신체적 미래를 보여 준다.
감시 사회의 위협이 이제 현실이 된 것인가?
그렇다. 일거수일투족이 실시간으로 관리되면서 개별자들 각자가 네트상에서 잊혀질 권리를 갖고자 하지만 쉽게 자신의 신체 정보를 삭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개인의 일상적, 개별적 정보들이 모여 쉽게 누군가의 신상털기로 활용되기도 한다.
완전히 벗겨진 개별자의 신체적 미래는 빅 브라더의 출현을 의미하는가?
빅 브라더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빅 브라더 국가에서는 모든 국민이 항상 감시의 시선을 스스로 감지한 채 살아간다. 반면 빅데이터 감시 사회는 감시 권력의 시선이 그리 드러나지 않는다. 개별자들이 자발적으로 정보를 노출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권력은 필요할 때, 또 수시로 특정 알고리즘을 이용해 감시의 촉수를 작동시킨다.
사이버 안보 문제와 프리즘의 도청 감시는 빅데이터의 국제적 성격의 한 단면인가?
사이버 안보는 빅데이터 활용과 위험의 국제적 성격을 극적으로 보여 준다. 무엇보다 일국내 국민 정보 안보가 타국의 정보국에 의해서 얼마든지 관리되거나 위협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정보안보국의 프리즘을 통한 소셜 미디어의 상시 감시는 자국 내 시민뿐만 아니라 해외 이용자들의 정보 또한 마찬가지로 안전하지 않음을 보여 준다.
한국이 빅데이터 위험 사회에서 가장 깊은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인가?
한 국가의 민주화나 기술 성숙도에 따라 빅데이터 위험 수준은 달라진다. 한국은 다른 어느 곳보다 압축적 근대화의 폐해가 심한 나라다. 2000년대 들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기술적 재난 위험이 사회적 해체 위험, 생태 위험, 자연재해 위험을 앞서고 있다. 정부의 시민 정보 오남용, 기업의 소비자 정보 관리 소홀과 잦은 정보 누출 등을 고려하면 빅데이터 국면하에서 개별자들의 정보가 더욱더 그와 같은 관행과 약화된 정보 인권 상황에 놓일 가능성이 높다.
예방의 방법이 있는가?
사회적으로 체계적 리스크 관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시민 혹은 고객 정보의 치밀한 관리와 파기를 의무화하고, 외부 해킹과 바이러스 보안 체계를 구축하며, 시스템 보안요원들의 정보윤리와 안전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무차별적 정보 수집에 대한 정책 개선도 필요하다. 국가, 기업, 시민사회, 개인 층위에서 빅데이터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요인 각각에 대한 예방과 사후 대책이 필요하다.
빅데이터의 공공 활용이 과연 가능한 아이디어인가?
국내 공공 부문에서는 현재 개인 식별자를 포함하는 정형 데이터 간 연계와 정형·비정형 데이터 간 연동을 기획하고 있다. 비정형 데이터의 공공 관리와 활용에서 중요한 점은 제대로 된 관리와 보관, 폐기 등 빅데이터 활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별 시민들의 식별자를 제거한 상황에서 접근성과 개방성에 근거해 국가 구성원들이 다양한 공공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기업의 빅데이터 독점은 어느 수준인가?
아직까지 빅데이터의 독점이 한국 재벌이나 대기업에 의해 오용된 사례는 없다. 다만, 재벌 계열사 중 개인 정보를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통제하는 카드사나 인터넷 기반 회사 등을 중심으로 빅데이터의 독점과 오남용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대량 정보 유출을 막을 수 있는 전략은 가능한가?
네트워크 설계에서 집중형보다는 분산형 모델을 추구해야 한다. 전국 단위 네트워크 설계보다는 지역이나 업무 분장 단위 위주의 분산형 네트워크 모델로 수정해야 한다. 분산형이 어렵다면, 집중·분산 통합형을 지향해야 한다. 빅데이터 정보 과잉과 연결 과잉 문제가 발생하는 데도 이를 제어하는 체계적 보안 구조 또는 보안 체계가 없다는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빅데이터 실용성 논의에서 디지털 커먼즈는 어떤 의미가 있나?
개인정보보호법을 약화해서라도 일반 소비 주체들이자 시민들의 비정형 데이터의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움직임이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활용 가능한 정보들을 관리하는 보편적 접근과 개방성에 기반을 둔 디지털 커먼즈를 구축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빅데이터 위험과 재난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민주적 감독이 필요하다.
이 책이 디지털 네트워크 사회의 빅데이터 현상으로부터 우리를 구제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 삶의 총체적 행위들은 주로 디지털 기기에 의존해 이뤄지고, 그곳에 수많은 족적들이 기록되고 있다. 특히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을 접한 청소년들은 삶 자체를 네트 속에 스스로를 새겨 넣고 살아간다. 오늘날 생을 살아가는 이들은 자신이 자발적으로 만드는 데이터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그 명암을 판단할 수 있는 지혜를 키울 필요가 있다. 이 책은 이러한 현실 변화를 이해하는 데 좋은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왜 모여서 이 책을 썼는가?
우리는 정보사회 논의 이후 인류의 위험 국면을 전망하려는 사회과학과 인문학 학자들 중심의 소연구 집단이다. 빅데이터 도래 이후 국가, 기업, 시민사회, 개인의 변화를 지난 몇 년간 다각도로 전망해 왔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현석이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