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신동희가 쓴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
인간과 기술의 사랑법
인간은 육신과 정신이고 이것은 음식과 언어이며 그것은 모두 기술이다. 기술은 인간이 만들었지만 인간은 기술로 살아간다. 누가 남자이고 누가 여자인가?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란 어떤 기술인가?
인간을 이해하려는 기술이다. 인간의 인지 특성에 부합하고 사용자의 다중감각 경험을 극대하며 사람과 기술의 상호작용 맥락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기술이다.
애플 아이폰이 인간다운 기술인 이유는 무엇인가?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을 최적화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경험을 기술로 구현했다. 사용자 다수가 아이폰에 친숙함을 느끼며 애플마니아가 되는 이유다.
이 책이 다루는 휴머니타스 테크놀로지는 어떤 것인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CI, Human-Computer Interaction)이다. 연구의 역사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 프로토타이핑 같은 핵심 쟁점을 소개한다.
이 기술에 대한 연구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한때 컴퓨터는 특정 직군과 소수 마니아만 사용하는 특별하고 전문적인 기계였다. 컴퓨터 사용의 어려움은 전문성과 특권 의식의 상징이었다. 컴퓨터가 대중화·범용화되면서 사용 어려움을 개선해야 한다는 인식이 일어났다. 사용자 편리성,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 방식이 연구되기 시작한 것이다.
스마트 혁명과는 어떤 관계선상에 있는가?
2010년대에 일어난 스마트 기술의 획기적 발전은 컴퓨팅 기술을 일상 곳곳에 편재시켰다. 사용자의 실제 생활환경과 사용 맥락, 총체적 경험을 고려하는 컴퓨팅이 필요해졌다.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관계를 의미하던 상호작용성 개념도 사용자 경험, 가치, 콘텍스트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이 기술의 연구 초점이 기계로부터 인간으로 옮겨졌다.
사용자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경험은 무엇이 다른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정보기기나 소프트웨어 화면처럼 사람이 실제로 접하는 면을 의미한다. 기술의 디자인적 구현인 셈이다. 사용자 경험은 해당 기기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사용자의 느낌, 태도, 행동을 포괄한다.
둘의 차이는 지각과 인지의 차이인가?
그렇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인간이 보고, 듣고, 촉각하는 지각 단계에 영향을 준다. 사용자 경험을 창출하려면 지각 이후의 인지 단계를 고려해야 한다. 인간이 정보를 처리하고 조직하고 재생산하는 알고리즘을 이해하고 기술에 반영해야 한다.
항공 스케줄 애플리케이션 힙멍크는 사용자 인지에 어떻게 다가섰나?
그 전까지는 카약이 인기를 끌었다. 디자인이 예쁘고 편리했기 때문이다. 힙멍크 출시 이후 판도가 바뀌었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이 숫자로 제시하던 비행기 출발과 도착 시간을 그래프로 제시했다. 비행기 탑승과 경유 시간을 계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여러 항공사의 비행시간도 한눈에 비교 가능하다. 번잡한 공항에서 사용자가 정보를 더욱 쉽게 처리한 방식이 주효했다.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하는 방법은 없나?
사용자와 기술이 상호작용하는 총체적 상황, 즉 문맥에서 출발하면 된다. 디자이너가 흔히 범하는 실수가 그들만의 상상이나 유추로 사용자를 모델링하는 것이다. 디자인 의도와 실제 사용 방식이 괴리되는 원인이다. 실패를 피하려면 사용자가 있는 현장에 찾아가 제품 데이터를 수집하고 사용자 경험을 발견해야 한다.
사용자 분석에 문화인류학적 방법론이 필요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설문 조사, 일지 연구, 포커스그룹 인터뷰, 라이프스타일 분석, 시나리오 분석, 관찰법, 과업 분석, 페르소나 분석을 총동원해야 한다. 실험실이나 연구실에서 검증된 원리보다는 사용자의 실제 콘텍스트를 포괄적으로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사용자 경험 발굴에 프로토타이핑을 사용하면 어떤 장점이 있나?
프로토타이핑은 개발 초기에 간단한 시스템 모형을 만들어 사용자에게 보여 주고 직접 사용하게 한다. 기능 추가나 변경, 삭제 요구를 즉각 반영해 프로토타입을 재구축하고 사용자가 만족할 때까지 반복하면서 시스템을 개선한다. 개발자와 사용자의 의사소통 채널로 상호 이해를 증진시키고, 부정확한 사용자 분석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초기에 개선할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에이치시아이 연구는 지금 어디까지 와 있나?
지금까지는 특정 컴퓨팅 기술과 사용자 개인의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연구가 주를 이루었다. 앞으론 컴퓨팅 기술을 매개로 한 개인과 다른 사용자 또는 집단과 집단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가 부각될 것이다. 기존 컴퓨팅 기기가 독립적 성격이 강했다면 지금은 모든 기기가 인터넷이나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하나의 플랫폼으로 이어져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간 상호작용을 의미하는 소셜 인터랙션 연구의 귀추가 주목된다.
인간과 기술의 벽은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
<<특이점이 온다>>의 저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30년 전후로 인간과 기술 인공물의 경계가 무너지는 ‘특이점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 예측했다. 특이점이란 인간의 사고능력으로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획기적으로 발달된 기술이 구현되어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의미한다. 감성 컴퓨팅이나 심미적 컴퓨팅처럼 향후 컴퓨팅 패러다임도 인간과 기술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호작용을 추구한다. 이를 보면 인간과 기술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상호작용의 패턴이 하나의 앙상블 형태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독자에게 이 책을 권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마트 시대에 들어서 학술용어인 에이치시아이가 대중 용어가 되었다. 그러나 어떻게 접근할지, 기술 개발과 어떻게 연결할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담론의 범람이 연구 범위와 깊이의 확장으로 나가지 못하고 형이상학적 낭만 수사라 느껴질 정도다. 이 책은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담론의 방향이 바뀌길 희망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신동희다. 성균관대학교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