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을 만드는 예술경영
이용관이 쓴 <<관객을 만드는 예술경영>>
극장이 큰 거야, 관객이 없는 거야?
열 자리 가운데 네 자리가 비었다. 찬 걸까, 빈 걸까, 아니면 허전한 걸까? 좀 더 따뜻하게 즐길 수는 없을까?
관객이란 무엇인가?
공연예술에서 관객이란 공연에 생명을 부여하는 예술적, 경제적 지원자다.
사전적 정의 말고 현장 감각으로 볼 때 관객은 무엇인가?
공연 자체를 죽였다 살렸다 하는 전능자다. 공연일이 코앞인데도 팔리지 않는 티켓, 공연 당일 막이 오르기 직전에 숭숭 구멍 뚫린 객석,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관객이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관객을 만든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
관객은 공연예술의 기본 요소다. 관객 없이 공연예술은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공연예술을 만든다는 말은 곧 관객을 만든다는 말과 같다. 공연예술을 무대에서 지속하기 위해서는 관객개발이 선결 과제다.
우리나라 관객 사정은 어떤가?
국립중앙극장과 예술의전당의 2010년 평균 객석점유율이 61~62%였다. 40%에 가까운 객석을 비워 두고 공연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다. 초대권을 사용하지 않고 입장료를 내고 관람한 유료 관객 수는 이보다 더 떨어진다.
객석이 왜 비는가?
비전문적인 극장 경영 방식 때문이다. 관객개발을 위한 체계적인 노력이 약하다.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찾기 힘들다. 프로그램 운영도 매우 불안정하다.
당신은 어디서 해결책을 찾았나?
1960년대 이후 미국의 관객개발 역사다. 우리보다 30년이나 앞서 관객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의 예술경영 역사는 많은 참고가 된다.
미국 극장도 1960년대 이전엔 우리와 비슷했다는 말인가?
그때는 관객 기반이 취약했고 마케팅 방식도 보잘 것 없었다. 브로드웨이에서 히트한 작품을 초청해 프로그램을 채우거나 스타 중심의 언론 플레이에 큰 비중을 뒀다. 체계적 경영 방식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대니 뉴먼은 어떻게 관객개발 혁명에 성공했나?
‘역동적인 시즌티켓 예약 촉진(DSP, Dynamic Subscription Promotion)’ 시스템이다. 시즌 전체 프로그램의 티켓을 여러 종류의 패키지로 묶어 할인하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파는 방식이다. 오늘날 미국 객석의 80% 이상이 채워지게 된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혁명의 출발은 어디서 시작되었나?
시즌 관객점유율이 안정되자 극장 운영의 경제성이 보장되었다. 티켓 판매로 확보한 선금이 이자 수익과 투자 수익으로 이어졌다. 예술기관은 재정 안정에 큰 도움을 받는다. 관객과 예산이 안정되자 관객 유인에 상대적으로 불리한 실험 예술 작품을 자주 무대에 올릴 수 있게 되었다.
시즌티켓 예약제의 약점은 무엇인가?
안정 운영에는 탁월한 방법이나 관객 확장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예술 경험이 없거나 예술 하면 왠지 불편한, 예술을 즐기는 데 필요한 지식이 부족한 잠재 관객을 개발하기에는 약한 방식이다.
예술 경험이 없는 잠재 관객 개발에도 뭔가 방법이 있는가?
예술교육이다. 예술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에게 수준별 공연을 제공한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예술에 대한 이해와 경험을 쌓게 한다. 잠재 관객을 발굴하여 정체된 관객 규모를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이다.
현실적으로 예술교육이 정말 잠재 관객을 개발할 수 있는가?
미국의 거스리극단을 보라.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천해 새로운 관객개발에 크게 성공했다.
거스리극단의 관객개발 프로그램은 어떤 것인가?
학습 프로그램, 무대 위 학교, 무대 뒤에서, 거스리 독서그룹 그리고 거스리 투어가 있다.
학습 프로그램의 내용은 무엇인가?
관객 워크숍과 작품 스터디 가이드가 있다. 시즌 공연 감상을 돕기 위한 학습 프로그램이다.
무대 위 학교는 어떤 프로그램인가?
예술가와 교사가 학생들을 지도해 공연 작품 일부를 제작·시연하고 실제 공연과 비교하면서 공연에 대한 이해를 높인다.
무대 뒤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연출가와 디자이너,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작품과 제작 과정을 설명한다. 무대 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하는 것이다.
거스리 독서그룹은 어떻게 운영하는가?
시즌 공연 작품과 관련된 주제를 가지고 서점에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이다.
거스리 투어는 어디로 가는 프로그램인가?
소외 지역에 직접 찾아가 공연한다. 예술 공연이 부유층만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행동으로 보여 주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는 시즌티켓 예약제를 실행하는 극장이 없는가?
LG아트센터가 시작했다. 시즌 프로그램 일괄 공개, 패키지 시스템을 도입하고 초대권을 없앴다. 고객 정보의 체계적 축적, 온라인 예매 시스템 구축과 시너지를 일으켜 한때 관객점유율이 선진국 수준인 90%에 육박했다.
공연 단체 가운데 관객개발에 나선 사례는 없는가?
서울시향이다. 다양한 예술교육 프로그램으로 여러 계층과 소통한다. 초등학교를 직접 방문해 공연하는 ‘오케스트라와 놀자’,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유도하는 무료 강좌 ‘콘서트 미리 공부하기’, 지역밀착형 문화복지 사업인 ‘우리동네 오케스트라’를 실행한다. 미래 관객을 발굴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당신은 이 책을 누구를 위해 썼는가?
극장과 예술단체 경영자, 축제 경영자다. 자신의 예술경영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우고 그 한계를 뛰어 넘기 위한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어떻게 상상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박물관이나 미술관과 같은 시각예술 분야의 경영자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용관이다. 대전문화예술의전당 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