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철 육필시집 엉겅퀴
12월
부드러운 잎 다 떨구어 내고/ 내 몸 구석구석 칭칭 가시로 동여매야겠다/ 다시 눈물 적시지 말고/ 저 말라 시들어 가는 바람 내 몸 기대야겠다/ 얼어붙은 태양 등 굽은/ 이웃들의 시선 가운데로 들어가야겠다/ 섣불리 피워 낸 꽃이라도 있다면/ 달콤한 열매라도 있다면/ 다 거두어 날려버려야겠다/ 사막의 타는 갈증 불러와/ 삭풍 몰아치는 어둠 끌어와/ 빈 가슴 덮어야겠다/ 굶주린 맨몸뚱이 하나 너에게 주마/ 그래서 마지막 한 페이지/ 남은 안식이 모두 가신다면
≪최영철 육필시집 엉겅퀴≫, 198~201쪽
12월은 매섭다. 모두 떨구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잎, 눈물, 섣불리 피운 꽃, 달콤한 열매, 굶주린 맨몸뚱이, 마지막 한 페이지 남은 안식까지⋯.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