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고네
김종환이 옮긴 소포클레스(Sophocles)의 ≪안티고네(Antigone)≫
인간의 법과 신의 법
헤겔은 안티고네의 손을 들어 주었다. 그녀는 지상에 나타난 가장 고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법이 이긴 것인가? 당대 그리스 사람들은 육신의 죽음과 인생의 파멸 사이에서 끝없이 갈등한다.
안티고네
당신 명은 신의 명령과는 다릅니다.
이 땅의 인간들을 다스리는 신의 정의는
당신의 명령이나 법과는 무관합니다.
저는 인간인 당신의 명령이,
신들의 변함없는 불문율에 우선할 만큼
강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신의 법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그 어느 누구도 말할 순 없지만,
신의 불문율은 과거나 현재의 것이 아니라
항상 살아 숨 쉬는 영원한 법이지 않습니까?
인간의 뜻을 따르기 위해
신의 불문율을 범할 수는 없습니다.
≪안티고네≫, 소포클레스 지음, 김종환 옮김, 81쪽
지금 말하고 있는 것이 바로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인가?
딸이기도 하지만 여동생이기도 하다.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인 이오카스테가 낳았다.
“당신의 명령”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크레온이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를 들판에 방치하고 매장을 금지한 것이다. 동생 에테오클레스와 불화를 빚던 폴리네이케스는 아르고스 동맹국들과 연합해 조국 테베를 공격했다. 이 전투에서 형제는 서로의 목숨을 빼앗게 된다.
“신의 명령”은 무엇인가?
당시 그리스인들은 죽은 사람을 흙으로 덮어 주지 않으면 그 영혼이 구천을 떠돌기 때문에 명계(冥界)에 들어가 휴식을 취할 수 없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망자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방치하는 행위는 신의 법을 어기는 행위였다.
안티고네는 무엇을 두고 누구와 다투는가?
큰오빠인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는 문제를 두고 외숙부이자 테베의 왕 크레온과 의견 대립을 보인다.
신의 법과 인간의 법이 충돌하는 것인가?
이 극의 근원적 갈등이다. 행위와 존재의 갈등이기도 하다. 안티고네에게 중요한 것은 오빠인 폴리네이케스가 ‘무엇을 했는가가 아니라 그가 누구인가’다. 그러나 크레온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폴리네이케스가 ‘누구인가가 아니라 그가 무엇을 했는가’다.
선과 악이 아니라 법과 법이 충돌하는가?
보통 비극은 선과 악 또는 정의와 불의의 충돌을 보여 주지만, 이 작품은 크레온이 대변하는 국가의 공적인 법과 안티고네가 대변하는 신법(神法) 혹은 개인적 윤리의 대립이라는 선(善)의 충돌을 보인다.
어느 쪽이 이기는가, 또는 이겨야 하는가?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 결과로 환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승패가 아니라면 소포클레스가 말하려는 주제는 무엇인가?
인간과 운명의 대립, 피할 수 없는 운명의 힘에 대해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그리고 자신의 한계를 모르는 인간의 오만이 부르는 파멸이다.
무엇이 파멸인가?
생각을 굽히지 않은 안티고네는 동굴에 갇혀 자살한다. 안티고네의 약혼자,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이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 앞에서 자결하고, 소식을 들은 왕비 에우리디케 역시 목숨을 끊는다.
고대 그리스 비극이라면 인간의 오만을 경고하는 소리가 들렸을 텐데?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가 말한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잘못을 저지르죠. 그러나 죄를 지었다고 모두 다 불운에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의 잘못을 깨달았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고집을 꺾는 사람은 결코 불운에 빠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리석은 자는 고집을 부리고 오만한 마음은 인간을 불운한 운명으로 이끕니다.”
소포클레스의 인간은 어떤 것인가?
운명의 힘 앞에 파멸하는 인간을 다루지만 그는 인간의 이성과 존엄성을 믿었다. 그의 주인공들은 고통을 통해 마침내 지혜를 얻고 초연한 마음으로 죽음에 임한다. 이때 인간 정신의 위대함과 존엄이 나타난다. 인간에 대한 당대 그리스 비극의 공통 인식이었다.
헤겔이 안티고네의 팬이 된 이유가 뭔가?
안티고네는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강한 의지의 소유자다. 그녀의 완강한 성격은 ‘오만함’과 연결되기도 한다. 하지만 헤겔은 안티고네가 “지상에 나타난 인물 중 가장 고결한 인물”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엇이 헤겔을 흥분시킨 것인가?
안티고네는 파멸을 예감하는 최후의 순간까지도 자신의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어느 한순간도 비굴한 행동을 한 적이 없고 동기간으로서의 책임을 회피한 적이 없는 고결한 인물이다.
이 작품은 오이디푸스 사후 이야기다. 생시의 이야기는 어디에 있는가?
오이디푸스 왕의 생애와 죽음은 <오이디푸스 왕>, <콜로노스의 오이디푸스>에 담겨 있다. <안티고네>는 내용상 3부작의 마지막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김종환이다. 계명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