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시선
秋日抒情 1 : 이슬은 어디서 오는가?
가을의 순수
초승달은 아직
소나무 사이로 불타고 있다.
한 떼의 찌르레기들
말없이 지나간다.
유리 상자처럼 폐쇄된 장미 정원.
오직 구관조 한 마리 남아
휘파람 분다.
깨끗한 오솔길은 동쪽으로
나 있다.
모든 것은 붉게 타는 화염 속에 펼쳐진 듯
여명 너머 흰빛과 자줏빛이 넘치고 있다.
하늘에서 느껴지는 달콤한 한기(寒氣)!
이슬은 어떻게 나무에서
벙어리 되어 떨어지는가?
비단과 황금을 탄 액체의
꿈같은 그 이슬은 어디서 오는지?
– ≪히메네스 시선≫, 후안 라몬 히메네스 지음, 전기순 옮김
후안 라몬 히메네스(Juan Ramón Jiménez)
스페인 시인. 1956년 노벨문학상 수상. 그의 시는 순수하다. 사물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 언어가 곧 사물이 된다. 순정한 시어로 가을의 순수를 보듬는 순간 거기 꿈같은 이슬 한 방울 맺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