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 ~ 6
세밑 편지 3
19세기 연애 박사의 연애편지
그녀는 평생 2000명에게 5만 통의 편지를 썼다.
인생과 인간을 너무 사랑했기 때문이다.
사랑의 여신이자 정열의 화신으로 불린 것도 그런 까닭이다.
연인의 이름에서 따온 필명에 남장 차림으로
시대의 편견을 돌파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자 했던 조르주 상드.
그녀는 사랑 앞에서 언제나 진실했고 솔직했다.
세상에서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당신을 만나는 일이에요. 그것은 당신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이 올 생각이면 미리 기별해 줘요. 오늘 날씨는 다시 화창해졌어요. 몸집은 작지만 훌륭한 말을 가지고 있는데요. 어두운 밤에 혼자서 그 말을 타고 방랑하는 공주처럼 당신을 마중 나가는 것이 내 즐거움이에요.
무엇이든 당신의 운명이라고 여겨지는 것이 있으면 사람들 사이에서 당신의 할일을 다하세요. 이 영원한 이별을 감당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어요. 다른 애정을 찾아서 이토록 끈질기게 파고드는 고통을 잊어보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이죠. 하지만 당신이 내 자존심에 어떤 상처를 입히든, 당신이 내 평온에 어떤 타격을 가하든, 결코 당신을 떨쳐버릴 수 없으리라는 것을 시간이 가면서 다시 깨닫게 되었어요. 하나의 철학적 진리가 여실히 드러나 보였어요. 마음은 불변의 결단과 불굴의 의지를 갖는다는 것 말이에요. 흔히들 이성이라고 부르는 개인적인 이기심이 내리는 결정에 마음을 맡기느니, 차라리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것은 마음이 주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쨌든 진실이에요. 나 자신이 자부심 강하고 시적이고 자립심이 강한 기질이라고 믿었는데 소용없는 일이었어요. 나는 누구보다도 정이 많은 기질이고, 내 자존심으로 나를 구할 수는 없어요.
나는 고통 받을 필요가 있어요. 나는 제2의 인생을 살아야 하니까요. 내 힘이 다른 면에서는 강할지 모르지만, 이런 면에서는 내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거든요.
그러니 나를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러고 나면 내 마음도 평온해질 거예요. 나는 이제 더 이상 나 자신과 싸우지 않을 테니까요. 신은 당신을 위해 나를 만드셨어요. 당신이 신에게 나에 관하여 좋게 말하지 않으면, 신은 당신이 당신 형제에게 했던 그대로를 당신에게 요구할 거예요.
– 1837년 4월 22일, 당시 연인이었던 미셸 드 부르주((Michel de Bourges)에게 보낸 편지, ≪편지(Correspondance)≫ 2권 298~299쪽
세계 제일의 서간문학가 조르주 상드(George Sand, 1804~1876). 26권의 서간집에 실린 것만 1만8000통이 넘는다. 30년 넘게 그녀를 사랑했고 20년 동안 ≪편지≫를 연구해온 이재희는 508통의 편지를 고르고 추려 6권의 책에 옮겨 담았다.
≪편지 1~6≫, 조르주 상드 지음, 이재희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