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시선
4월
4월의 어느 날 그리고 로버트 브라우닝
버드나무 안에 검은 방울새
−그리고 또 무엇이 있지?
−푸른 하늘에 버드나무.
−그리고 또 무엇이 있지?
−물속에 푸른 하늘.
−그리고 또 무엇이 있지?
−새 잎사귀에 물.
−그리고 또 무엇이 있지?
−장미에 새 잎사귀.
−그리고 또 무엇이 있지?
−네 마음속에 내 마음이!
로버트 브라우닝(Robert Browning): 빅토리아 시대에 활동했던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로 서정적인 시어에 ‘극적 모놀로그’로 알려진 독특한 스타일을 사용했다. 그의 시는 영혼을 건드리는 강한 힘으로 독자들을 매료했고, 20세기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비틀즈 멤버인 존 레논, 호러 소설의 대가 스티븐 킹, SF소설의 대가인 아이작 아시모프 등이 그의 시에 영감을 받은 대표적 작가들이다.
≪히메네스 시선≫, 후안 라몬 히메네스 지음, 전기순 옮김, 58~59쪽
시인은 작은 신이다. 시어로 세상을 창조한다.
검은 방울새, 버드나무, 푸른 하늘, 물, 새 잎사귀, 장미….
그가 부르는 순간 사물은 다시 태어나고,
그렇게 4월의 어느 날이 창조되었다.
내 마음속에,
네 마음속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