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유 동화선집
장성유가 짓고 고인환이 해설한 ≪장성유 동화선집≫
숨은 세계를 찾는 방법
지금 내 눈 앞에 있는 것이 세계의 전부라면 세상은 얼마나 심심한 것인가? 어딘가에 숨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나기 위해 작가는 길을 떠난다. 환상이라는 이름의 열차를 타고.
“땅 어머니의 머리가 무거워진 건 땅 위에 있는 빌딩 때문인 것 같아요!”
“빌딩? 그게 뭐지?”
땅 어머니는 처음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습니다.
“하늘을 찌를 듯이 높은 집이에요. 어떤 것은 수십 층도 더 되는데, 사람들은 너도 나도 없이 서로 높이 지으려고 경쟁하고 있거든요. 게다가 그런 빌딩을 지으려면 땅속으로 기둥을 수십 미터씩이나 박아야 하는데, 땅 어머니의 머리가 오죽 아팠을까요?”
<아무도 모르는 첫 전철>, ≪장성유 동화선집≫, 장성유 지음, 고인환 해설, 141~142쪽
지금 어떤 상황인가?
어두운 새벽, 철진이는 친구 안나와 함께 ‘아무도 모르는 전철’을 타고 어떤 곳으로 갔다. 거기엔 ‘땅 어머니’가 시름에 잠겨 있었다.
땅 어머니의 시름이란 무엇인가?
머리가 무겁다는 것이다. 빌딩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시름을 더는 방법이 있는가?
철진이 해법을 제시한다. “모든 빌딩들이 하나둘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게 하자고 제안한다.
시름이 가시는가?
동녘이 밝을 쯤 빌딩들이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날기 시작한다. 철진과 안나는 ‘땅 어머니의 머리가 예전처럼 가벼워졌나 보다. 땅 어머니는 얼마나 즐거울까!’라고 생각한다.
땅이 화를 내고 빌딩을 부숴 버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상상, 동심의 나래를 펴서 문제를 해결한다. 땅 어머니는 ‘빌딩에도 사람이 살고 있겠지? 그렇다면 빌딩을 없앨 수 없어. 사람이 다치니까’라고 말한다.
땅 어머니와 빌딩은 무엇을 상징하는가?
물질 문명이 야기한 환경 파괴의 문제다. 상상력의 공간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도록 복합 관계를 설정했다.
이 책에 실린 동화는 상상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전철’이나 ‘땅 어머니’나 모두 상상이다. 이 책에 실린 동화들의 특성이다. 현실과 환상이 균형을 이루면서 경계를 넘나든다.
현실은 어디 있는가?
<아무도 모르는 첫 전철> 속의 세계는 오직 상상의 영역에서만 존재하는 장소다. 그러나 현실 이야기도 꾸려 넣었다. 해설자 고인환에 따르면 “리얼리즘과 판타지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
당신의 환상성은 언제,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
오세발 선생의 천거로 ≪아동문학평론≫ 1998년 가을호에 <열한 그루의 자작나무>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데뷔작부터 환상적 요소가 들어 있는 작품이었다.
환상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판타지는 ‘또 다른 세계’의 지도 그리기다. 늘 ‘또 다른 세계’를 갈망하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환상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지금 내 눈앞의 세계만 있다면 이 세계는 얼마나 심심할까?’ 생각해 본다. 어딘가에 숨어 있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동화적 상상력으로 끄집어내어서 서로 보고 즐길 수 있는 것, 환상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
글은 누구에게 배웠는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 나는 경남 산청 골짜기에서 살았다. 교과서 외엔 책이 없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시를 써놓은 공책을 발견했다. 어머니는 콩깍지를 까다가도 시가 생각나면 마루 위에 종이를 펼쳐 놓고 연필로 쓱쓱 써 나가셨다. 어디 한 자 고치거나 깊이 생각하는 것도 없이 단숨에 쓰셨다.
어떤 책을 읽었는가?
어려웠던 책이 있었다. 카프카의 ≪성≫이다. 우선 왜 주인공을 ‘K’로 했는지 그것부터 의문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리저리 난삽한 중에서도 ‘문학’이라는 성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왔던 것이다.
대학 시절 당신의 전공은 무엇인가?
부산대 국문과로 진학했지만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 크리슈나무르티, 노자, 장자, 키르케고르, 마르크스, 쇼펜하우어를 읽었다. 그러나 수심만 깊어졌다. 아무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언제부터 동화를 썼는가?
대학 시절 동인지 합평회에서 내 소설이 ‘교훈성이 짙다, 동화 같은 분위기’란 이야기를 들었다. 막연히 동화 세계에 대해 눈을 뜨게 된 것은, 1995년 미하엘 엔데의 ≪모모≫라는 작품을 읽으면서부터다.
당신은 누구인가?
장성유다. 동화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