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지식을만드는지식과 겨울여행 2.
무겁고 음침한,침울하고 슬픈, 희미하고 가혹한, 준엄하고 차가운, 고통스러운 정신
우리 여행의 두 번째 안내자의 이름은 레오니트 안드레예프다.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을 통해 인간의 일생은 봄에 시작되어 겨울에 끝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내와 아들과 신이 없지 않았지만 그보다 더 자주 찾아온 것은 세상의 추위였다. 영혼은 길을 잃고 언 대지 위를 방황한다. 봄이 멀지 않았다는 소문은 따뜻하지 못했다. 그곳에 도달하기까지는 너무 긴 운명이 그의 앞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알 수 없는 운명의 무한한 가능성은 그 무한성 때문에 언제나 인간을 기진케한다.
그다음에 사제 바실리는 곳곳에 금박으로 수놓여 있고 낡은 실이 삐죽삐죽 나와 있는 오래된 미사복을 입었다. 그들은 미사용 향로에 작은 향 조각을 넣고 어스름 속에서 희미하게 서로를 구분했다. 마치 맹인들이 잘 아는 곳에 있듯 확신에 차서 움직이며 그들은 예배 의식을 시작했다. 두 개의 타고 남은 양초, 시 낭송 신부가 들고 있는 양초와 예수상 옆의 설교대 위에 놓인 양초가 어둠을 더 짙게 만들었다. 서두르지 않는 두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예리한 불꽃이 천천히 사방으로 흔들렸다.
<<사제 바실리 피베이스키의 삶>>, 레오니트 안드레예프 지음, 이수경 옮김, 126~12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