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적 의식
주네브학파, 누벨 크리티크, 문학비평 고전 신간 ≪비평적 의식(La conscience critique)≫
내가 의식하는 모든 것
그것은 나다.
소설을 읽고 주인공을 생각하고
영화를 보고 전쟁을 목격하고
유튜브에서 싸이 말춤을 보고 몸을 흔들 때도
내가 의식하는 것은 나다.
조르주 풀레는 모든 비평이
자신의 비평임을 알아차렸다.
그로부터 문학을 소화하는 진정한 방법이 시작되었다.
처음 눈을 떠 세상과 자신을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갓난아이처럼, 나는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이제 내가 독서에서 찾는 것은, 모든 작가가 항상 새로 시작하는 출발점, 곧 존재에 대한 전혀 새로운 포착인 의식의 포착이며 데카르트를 빌리자면 코기토의 발견이다.
비평에서 나의 첫 번째 발견은 바로 그런 것이었다. 어떤 작품이든 문학은 작가의 자의식 행위를 전제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사유의 물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받아들이되 주체가 되어 그렇게 한다는 사실을 작가는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생각한다’라는 말은 ‘나는 나를 사고의 주체로서 파악한다’는 말이다.
무슨 말인가?
이 책, 조르주 플레의 ≪비평적 의식≫의 한 대목이다. 비평적 의식에 눈을 뜬 저자의 고백이다. 이어지는 몇 문단이 이 책을 압축하고 있다.
왜 이 책을 골라 옮기게 되었는가?
책과 작가를 대하는 새로운 시선 때문이다.
어떤 책인가?
동화(同化) 비평에 관한 책이다. 독자와 작가, 두 의식의 일치를 전제한 비평을 뜻한다.
이 책은 어떻게 전개되는가?
제1부에서는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까지 활동했던 비평가 열여덟 명의 비평 방식을 다룬다. 제2부에서는 앞서 논의한 비평가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는 한편 비평가로서 자신의 작업 방식을 술회한다.
그가 다룬 열여덟 명은 누구인가?
스탈 부인, 보들레르, 프루스트, 알베르 티보데, 자크 리비에르, 라몽 페르난데스, 샤를 뒤보스, 마르셀 레몽, 알베르 베갱, 장 루세, 가에탕 피콩, 조르주 블랭, 가스통 바슐라르, 장 피에르 리샤르, 모리스 블랑쇼, 장 스타로뱅스키, 사르트르, 롤랑 바르트다.
선택 기준이 무엇인가?
‘처음으로 눈을 떠 세상과 자신을 경탄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했으며 갓 태어난 아이처럼 놀란 나머지 입을 다물 수가 없게’ 만든 비평가들이었기 때문이다.
왜 스탈 부인에서 시작하는가?
진정한 비평은 그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감정에서 나온 비평이 아니라 작품을 통해 과거를 반추하고, 그럼으로써 자기 자신을 재인식하는 비평을 했기 때문이다. 진정한 동화 비평을 보여 준 보들레르, 프루스트 등에게는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티보데, 리비에르 등에게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진정한 비평이란 무엇인가?
근본적으로 비평가 자신의 코기토, 비평가 자신의 의식을 비평해야 한다. 다음 문장에서 그의 의도를 엿볼 수 있다. “나는 비평을 작가의 정신과 유사한 동위 차원의 정신적 흐름으로 만들고 싶었다. 말하자면 같은 강을 향해 흐르는 두 물줄기처럼 작가의 사유와 내 사유를 일치시키고 싶었다.”
이 책은 독자를 어떻게 바꾸는가?
독자로 하여금 오만한 자세 또는 위선적인 마음가짐을 버리고, 심지어 자기 자신마저 버리고 책에 빠지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다. 놀랍게도 독자가 그렇게 하면 의식을 박탈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작가와 독자 사이에 공통된 의식을 성립하는 기적을 체험하기에 이른다.
조르주 풀레는 누구인가?
주네브학파의 리더다. 다수의 비평서를 출간했다. 특히 그가 ‘코기토’라고 부르는 의식과 시간을 연구한 ≪인간의 시간 연구≫, ≪내적 거리≫, ≪출발선≫, ≪순간의 척도≫는 시간에 관한 4부작이라고 불린다. 그중 ≪인간의 시간 연구≫는 생트뵈브상을 받았고 ≪내적 거리≫는 아카데미 프랑세즈가 수여하는 뒤르숑 루베상과 문학비평 대상을 받았다.
주네브학파의 특징은?
스위스 주네브를 본거지로 삼고 현상학과 실존주의에 근거한 비평을 전개한 일련의 비평가들을 이른다. 이 책에서 논의되는 마르셀 레몽, 알베르 베갱, 장 루세, 장 피에르 리샤르, 장 스타로뱅스키 등이 그에 속했다. 누벨 크리티크를 표방했다.
누벨 크리티크의 목적은?
작가의 사고와 체험을 재생하려고 노력하는 새로운 시대의 새로운 비평이다.
전통 비평에 비해 무엇이 ‘누벨’한가?
직접적 삶의 경험을 멀리하고 이론에 집중하는 강단 비평, 작품에 대한 감각과 인상만을 따르는 인상 비평, 이 두 흐름이 전통적 비평 방식이었다. 풀레는 과거 비평 방식을 거짓과 위선이라고 봤다.
그들의 특정 관점은?
현상학, 구조주의, 마르크스주의, 정신분석 등이다. 택하는 방법론에 따라 비평 양상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주네브학파는 현상학적 비평 방식을 대표한다. 그들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창작 정신에 접근한다. 구조주의적 비평은 작품 밖 대상, 작가나 시대, 사회와 관계없이 작품 자체의 구조만을 연구한다. 마르크스주의적 비평은 사회학 이론을 작품에 적용해 분석한다.
전통 비평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성공했나?
오늘날 문학비평의 큰 줄기가 되었으며, 과거의 비평과 현재의 비평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었다.
당신은 누구인가?
조한경이다. 전북대학교 프랑스학과 교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