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 시선 1
언어
풍성하고 볼품없는 것이 다 무슨 소용이며,
강하고 약한 것이 무슨 소용인가!
유골 단지에 묻힌 사람의 배는 풍성한가?
무기고에 있는 칼은 강한가?
거기에 온유하게 손을 뻗어라, 그러면 다정하게 행복이
흘러나온다, 신성이, 너로부터!
승리를 위해 붙들어라, 권력과 힘을,
그리고 이웃을 능가하는 명예를.
≪괴테 시선 1≫,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임우영 옮김, 210쪽
이 시의 제목인 언어는 무엇을 의미하나?
민중의 언어, 즉 독일어다.
괴테가 독일어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무엇인가?
당시 독일에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학문 언어는 라틴어였고 사교 언어는 프랑스어였다. 프리드리히 대왕조차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
라틴어와 프랑스어는 풍성하고 독일어는 볼품없나?
언어 자체는 풍성하지도 않고 볼품없지도 않다.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다. 황금이 가득 찬 유골 단지나 무기고에 있는 칼과 마찬가지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언어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
시에서는 온유하게 손을 뻗으라고 한다. “온유하게”는 옛날 의미로 “잘 베푸는”이라는 뜻이다. 언어라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가능한 한 남에게 베풀어 주라는 말이다.
언어를 남에게 베풀면 행복이 흘러나오나?
예술가는 창조자가 되고 신성을 갖춘다. 그의 손을 통해 언어는 강하고 위대해진다.
이웃을 능가하는 명예란 무슨 뜻인가?
이웃은 프랑스어와 라틴어다. 예술가가 창조적인 힘으로 사람을 감동시키면 독일어도 그 언어들과 나란히 명예롭게 설 수 있다는 의미다.
창조적인 힘의 원천은 무엇인가?
그 자신이다. 괴테는 천재적 예술가 안에 마치 창조주처럼 신적인 힘이 들어 있다고 보았다. 예술이 그의 존재 전체를 형성하며, 그만이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계몽주의적 합리주의에서 보는 예술가는 어떤 존재였나?
화가나 건축가는 좀 더 높은 영역의 손기술자, 작가는 남는 시간에 작품을 쓰는 학자에 불과했다.
인식이 바뀐 배경은 무엇인가?
18세기에 영국에서 받아들인 ‘천재 사상’이다. 진부한 자연의 모방에서 벗어나 충동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독창적인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괴테는 이 사상을 헤르더를 통해 받아들였고, 위대한 찬가와 예술가의 시를 통해 표현했다.
예술가의 시란 무엇인가?
1773∼1774년에 쓴 시들이다. 예술가가 어떻게 느끼고, 씨름하고, 괴로워하고, 창조하고, 향유하는지를 보여 준다. 인용한 시도 그중 하나다.
그 시들을 통해 문학은 어떻게 바뀌었나?
문학을 위한 시인이 된 횔덜린, 음악을 위한 작가가 된 바켄로더와 호프만이 등장한다.
당신은 왜 이 책을 엮었나?
괴테를 시성(詩聖)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그의 시를 소월의 시처럼 정겹게 읊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작품이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각 시의 배경과 작시 동기, 관련 일화를 해제로 덧붙였다.
이 책에 실은 것은 어떤 시들인가?
1757년부터 1775년까지 쓴 작품들이다. 초기 시에 해당하는 어린 시절의 시, 아나크레온 풍의 시와 질풍노도 시대에 쓴 제젠하임의 시, 위대한 찬가들, 예술가의 시, 발라드, 기회시, 릴리의 시를 차례로 엮었다.
괴테 시는 어떻게 읽어야 하나?
시만 먼저 읽고 스스로 의미를 파악해 보라. 잘 모르겠으면 해제를 읽고 다시 읽어라. 그리고 두고두고 읽으면서 음미해라. 시공간의 장벽을 넘어 그 시대의 정신과 생활상, 인간관계를 경험하길 바란다.
당신은 누구인가?
임우영이다. 한국외대 독일어과 교수이자 한국괴테학회 회장이다.
2798호 | 2015년 11월 17일 발행
괴테와 언어의 정체
임우영이 옮긴 요한 볼프강 폰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의 ≪괴테 시선 1(Goethes Gedich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