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소피스트: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적 공간과 시간을 탐구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입니다. 반전(Retorsion)은 유명한 어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 1402a 2권의 끝 부분을 참조하십시오. 반전은 연설가에게서 찾을 수 있고 특히 코락스(Korax)의 특정한 기예에 속하는 것입니다.
≪니체와 소피스트: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 지음, 이상엽 옮김, 135쪽
코락스가 누구인가?
소피스트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수사학≫에서 그의 연설을 혐오스럽다고 비판했다.
어떤 점에서 혐오스럽다는 것인가?
약한 논증을 강한 논증으로, 강한 논증을 약한 논증으로 만드는 기술을 구사한다. 정치인들이 빈번하게 사용하는 반전이다.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오직 누가 승리하는지를 중요한 문제로 삼는다.
코락스는 어떻게 반전을 만드나?
개연성을 이용한다. 힘이 약한 사람이 센 사람을 폭행죄로 고발해 법정에 섰다고 가정한다. 청중은 힘센 사람이 폭행을 저지를 개연성이 높기 때문에 유죄 판결이 그럴듯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코락스의 반론은 무엇인가?
피고인은 힘이 세다. 유죄 판결을 받을 개연성이 높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는 무죄다.
어째서 그런가?
처음부터 모든 것이 그에게 불리하다. 불리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사람을 폭력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것이 소피스트의 논리인가?
플라톤은 이런 연설을 궤변이라고 보았다. ‘진리는 어디에 존재하는가?’라는 소크라테스의 물음을 강조했다. 이후 전통 철학자들이 플라톤의 관점을 이어받았다.
소피스트는 진리를 따지지 않았나?
진리는 그들의 관심 밖에 있다. 그들에게 절대 진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관심을 둔 것은 무엇인가?
설득의 효과, 즉 청중의 반응이다. 무죄를 입증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람들에게 피고인이 무죄라는 생각은 불러일으킨다.
절대 진리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의 인식 능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프로타고라스는 각자 관점에 따라 진리를 인식한다고 생각했다. 고르기아스는 인간의 의식 세계가 외부의 실재를 재현하지 못하는 언어에 의해 규정된다고 보았다.
진리가 상대적이라는 뜻인가?
소피스트는 에피스테메(episteme), 즉 지식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대신에 독사(doxa), 즉 의견이 절대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들의 후예를 자처한 니체가 내놓은 것이 관점주의다. 언어를 통한 해석에 따라 진리가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니체가 소피스트의 후예인가?
자유롭고 창조적인 삶의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아이디어의 원천으로 소피스트를 받아들였다.
소피스트의 철학을 어떻게 평가했나?
플라톤 이래 전통 철학은 초월성의 진리를 내세워 인간의 사유와 행위를 억압했다. 하지만 소피스트는 삶의 문제를 실제적으로 파악하고 현실에 뿌리내린 사유를 했다. 니체가 소피스트의 후예인 이유다.
이 책, ≪니체와 소피스트: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는 어떤 책인가?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가 1975년 겨울 학기에 파리8대학에서 다섯 차례 했던 강연의 기록이다. 독일 철학자 파트리크 바움과 귄터 조이볼트가 녹취록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편집해 2004년에 출판했다.
리오타르는 누구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을 철학의 영역에서 처음 담론화한 인물이다. 1979년 ≪포스트모던의 조건≫을 출간하며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철학자가 되었다.
1970년대 강연을 2004년에 책으로 낸 이유가 무엇인가?
니체와 소피스트의 담론과 논리를 새롭게 해석해 양자택일의 이항 논리학을 비판하고 새로운 논리를 정립하려는 시도를 했기 때문이다. 그 논리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보았다.
새로운 논리란 무엇인가?
다원성과 차이성의 논리다. 우리 삶과 세계는 전통 철학처럼 참과 거짓이라는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논리로 파악할 수 없다. 참과 거짓에 대한 사실 판단의 인식론적 근거도 의문시되는 시대다. 이때 필요한 것이 소피스트와 니체의 사유 방식이다.
당신은 누구인가?
이상엽이다. 울산대학교 철학과 교수다.
2830호 | 2015년 12월 24일 발행
새로운 논리, 다원성과 차이성의 가능성
이상엽이 옮긴 장 프랑수아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의 ≪니체와 소피스트: 우리에게 필요한 논리(Nietzsche und die Sophisten: Die Logik, die wir brauch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