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미제스는 일찍이 ≪사회주의≫(1922)에서 사회주의를 존속 불가능한 체제라고 비판했다. 사회주의의 핵심 문제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 뒤 마지막 남아 있는 신화인 역사 발전 경로에 대한 잘못된 믿음, 즉 사적 유물론 비판에 나섰다. 사회주의 체제를 방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진보라고 칭하는 현상이 여전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제스는 ≪과학이론과 역사학≫(1957)을 쓰게 되었다.
미제스는 마르크스 등의 사적 유물론과 달리 역사가 개인 혹은 개인들의 그룹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보았다. 바로 이 개인들이 각자의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행동한다. 개인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실천하는 것이다.
역사학에서 궁극적인 기정사실은 개인성이다. 모든 역사적 현상이 개인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그 무엇인가가 개별 인간의 성격, 즉 사상과 판단, 그리고 그것에 인도된 행동을 낳는 것은 아니다. 영향을 받을 수는 있으나 필연적 인과관계가 있는 것은 아니다.
역사학에서 개인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부문이 심정학이다. 심정학이란 말은 미제스가 심리학이란 말이 통속적으로 자연과학적으로 이해되는 데 문제가 있다고 느껴 사회과학적인 개념으로 만든 말이다. 이는 독심술 혹은 관심법으로 표현할 수 있는 영역인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는 통찰력과 관련이 있다. 이는 인간의 정서, 열의, 사상, 가치 판단, 그리고 의지에 대한 인식도 의미한다. 이는 물론 역사학자들에게는 물론이고 시, 소설, 연극 대본을 쓰는 저자들에게도 필요불가결하고, 나아가 모든 사람이 일상 행위를 할 때 필요불가결한 재능이다. 이 재능을 활용해 역사학은 특유의 이해를 할 수 있다. 따라서 역사학은 과학의 다른 부문들의 도움을 받듯이 심정학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받아야 한다.
나아가 역사학은 과학이론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 쓸 수 있고, 또 써야 한다. 이때 과학 이론은 그 자체로 진위가 검증되어야 한다. 그것에 대해 마르크스주의나 지식사회학처럼 계급 이해관계의 반영인 양 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미제스 말대로 옳지 않은 이론이 계급 이해관계에도 맞을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검증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계급적 증오나 비난에 호소하는 것이라면 더더욱 옳지 않다.
200자평
사적 유물론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분석 비판한 책이다. 역사학에서 집단주의 경향을 폐기하고, 개인의 역할, 개인의 가치 판단이 모든 역사 변화의 원천임을 분명히 했다. 또 계급적 학설 이론을 폐기하고, 계급적 이해관계와 무관하게 진리일 때만 이론이 비판을 견뎌 낼 수 있으며 역사학은 그 위에서 서술되어야 함을 분명히 했다.
지은이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1881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연합왕국의 렘베르크 시에서 태어났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땅인 이곳에서 아버지가 철도부설 기술자로 일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오스트리아 자유당 국회의원을 지냈던 요아힘 란다우의 조카였다. 미제스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빈으로 이주했다.
1900년 빈대학교 법학부에 입학해 1906년에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학위를 받은 후 몇 달간 재무부에 근무하다가 법률사무소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1909년 빈 상공회의소로 들어가 1938년 히틀러 나치의 침략 이후 쫓겨날 때까지 연구위원으로 일했다.
1934년 이후에는 제네바 국제관계연구소 대학원의 초청을 받아 스위스로 갔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 미제스는 1차 대전 패전국이었던 오스트리아 문제가 더 이상 국내적인 것이 아니었기에 국제연맹이 있던 제네바로 갔다고 썼다. 미제스는 경제학의 과학성을 위해 헌신적 연구를 하면서도, 이처럼 현실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뛰었다.
59세의 나이에, 10년 이상 사귄 배우 출신의 미망인 마르기트와 결혼했다. 그리고 히틀러가 프랑스 침공에 성공하고, 빈에 있는 미제스의 집을 수색해 책이나 문헌을 압수해 가자 어쩔 수 없이 마르기트와 함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가는 길을 택했다. 이후 세미나를 주재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쳐 오스트리아학파를 번성시켰다. 1973년 10월 10일 93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그의 책들 중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인식론을 다듬은 것으로는 ≪경제학의 인식론적 문제들(Epistemological Problems of Economics)≫(1933), ≪과학이론과 역사학−사회·경제적 진화에 대한 해석(Theory and History−An Interpretation of Social and Economic Evolution)≫(1957), ≪경제과학의 궁극적 기초(The Ultimate Foundation of Economic Science)≫(1962)가 있다.
오스트리아학파 경제학의 내용을 발전시킨 책으로 ≪화폐와 신용의 이론(The Theory of Money and Credit)≫(1912), ≪경제학(Nationalökonomie)≫(1940), 이 책을 확대 발전시켜 미국에서 발간한 경제학 개론서인 ≪인간행동(Human Action)≫(1949)이 있다.
또한 사회주의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적극적인 실천적 지침으로서 자유주의에 대해서도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자유주의(Liberalismus)≫(1927)가 그것이다.
고국 오스트리아에서도 인플레이션 정책에 견결히 반대를 했고, 성공도 좌절도 맛보았지만, 미국에 와서도 간섭주의의 원인인 국가 관료주의에 대한 비판의 예봉을 삼가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1929년에 출간했던 ≪간섭주의 비판(Kritik des Interventionismus)≫의 영어판 ≪간섭주의: 경제적 분석(Interventionism: An Economic Analysis)≫(1941)을 냈고, 히틀러 정권의 대두에 대해서 분석한 ≪전능한 정부−전체주의 국가의 대두와 전면전(Omnipotent Government−the rise of the total state and total war)≫(1944), 기업가의 회사 경영과 관료 지배가 얼마나 다른가를 분석한 ≪관료제(Bureaucracy)≫(1944)를 연달아 출간했다.
옮긴이
박종운은 청주고, 서울대 사회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국회의원 연구 모임 ‘국가발전전략연구회’의 사무처장, 경기도 경제단체 연합회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함께 가야 한다는 맥락에서 ‘뉴라이트 운동’과 연대했다.
저서로는 신문 기고 및 방송 대담 등을 모아 발간한 경제 칼럼집 ≪시장경제가 민주주의다≫(엣즈, 2008), ≪딱 맞게 풀어쓴 자본주의정신과 반자본주의 심성−시장경제를 미워하는 사람들의 마음은?≫(자유경제원, 2015)이 있고, 역서로는 민경국 교수와 함께 번역한 미제스의 ≪인간행동(Human Action)≫(지식을만드는지식, 2011), 권혁철, 김이석, 송원근, 최승노 박사와 함께 번역한 매슨 피리의 ≪미시 정치−성공하는 정책만들기(Micro Politics−Creation of Successful Policy)≫(북앤피플, 2012)가 있다.
차례
서문
서론
1. 방법론적 이원주의
2. 경제학과 형이상학
3. 규칙성과 예측
4. 자연법칙이라는 개념
5. 인간 지식의 한계
6. 규칙성과 선택
7. 수단과 목적
1부 가치
1장 가치 판단
1. 가치 판단과 존재의 명제
2. 가치 판단과 행동
3. 가치 판단의 주관성
4. 가치 판단이 가지는 논리·맥락 구조
2장 지식과 가치
1. 편파성 학설
2. 공동의 복리 대 특수한 이해관계
3. 경제학과 가치
4. 편파성과 불관용
3장 절대적 가치 탐색
1. 쟁점
2. 사회 내의 갈등
3. 소위 중세 시대의 만장일치에 대한 촌평
4. 자연법 사상
5. 계시
6. 무신론적 직관
7. 정의의 사상
8. 효용주의 학설의 재진술
9. 미학적 가치에 관해
10. 절대적 가치 추구의 역사적 의미
4장 가치 판단에 대한 부정
2부 결정론과 유물론
5장 결정론과 그에 대한 비판
1. 결정론
2. 사상 체계 요소의 부정
3. 자유의지 논쟁
4. 예정론과 숙명론
5. 결정론과 처벌론
6. 결정론과 통계학
7. 인간행동과학의 자율성
6장 유물론
1. 유물론의 두 변종
2. 분비물 유추
3. 유물론의 정치적 함의들
7장 변증법적 유물론
1. 변증법과 마르크스주의
2. 물질적 생산력
3. 계급투쟁
4. 사상 체계에 맞는 사고의 주입
5. 사상 체계들 간의 갈등
6. 사상과 이해관계
7. 부르주아의 계급 이해관계
8. 마르크스주의 비판
9. 마르크스주의 유물론과 사회주의
8장 역사철학
1. 역사학의 주제
2. 역사철학의 주제
3. 역사학과 역사철학의 관점 차이
4. 역사철학과 신 사상
5. 능동적 결정론과 숙명론적 결정론
3부 역사학의 인식론적 문제들
9장 역사학의 개별성 개념
1. 역사학의 궁극적 기정사실
2. 역사학에서 개인의 역할
3. 집단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망상
4. 역사를 계획하기
10장 역사주의
1. 역사주의가 의미하는 것
2. 경제학의 거부
3. 역사 변화의 법칙 탐구
4. 역사주의적 상대주의
5. 역사의 해체
6. 역사 되돌리기
7. 경제사 되돌리기
11장 자연과학주의의 도전
1. 실증주의와 행태주의
2. 집단주의자의 도그마
3. 사회과학이라는 개념
4. 대중 현상의 본성
12장 심리학과 심정학
1. 자연주의적 심리학과 심정학
2. 심정학과 인간행동학
3. 심정학은 역사 과목의 하나
4. 역사학과 허구
5. 합리화
6. 내적 성찰
13장 역사학 연구의 의미와 용도
1. 역사학을 왜 하는가?
2. 역사적인 상황
3. 먼 과거의 역사
4. 역사를 왜곡하기
5. 역사학과 인본주의
6. 역사학과 침략적 민족주의의 대두
7. 역사학과 가치 판단
14장 역사학의 인식론적 특징들
1. 자연과학의 예측
2. 역사학과 예측
3. 역사학 특유의 이해
4. 심정학적 경험
5. 현실적 유형과 이상적 유형
4부 역사의 경로
15장 역사의 철학적 해석
1. 역사철학 그리고 역사의 철학적 해석
2. 환경결정론
3. 인류 평등주의자의 역사 해석
4. 인종주의적 역사 해석
5. 서구 문명의 세속주의
6. 반세속주의에 의한 자본주의의 거부
16장 오늘날의 경향과 미래
1. 자유를 향한 경향의 뒤집힘
2. 부와 소득에서 평등 사상 체계의 대두
3. 인류의 완벽한 상태라는 망상
4. 소위 진보를 향한 꺾이지 않는 경향
5. ‘경제적’ 자유의 억압
6. 미래의 불확실성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만일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부관 시절 툴롱(Toulon) 전투에서 사망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프리드리히 엥겔스는 그 답을 알고 있었다.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를 메웠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은 그가 필요해지는 순간 항상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를 위해 필요하고 무슨 목적으로 필요한가? 그것은 명백히 훗날 사회주의를 야기할 물질적 생산력을 위해서다.
-237~238쪽
역사주의는 인간사의 영역 안에 있는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그것이 발전했던 방식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옳다. 역사주의자들의 치명적 실수는 과거에 대한 이 분석이 그 자체로 미래의 행동이 취해야 할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전해 준다는 [잘못된] 믿음에 있다. 역사적 설명이 제시하는 것은 상황에 대한 묘사다.
-3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