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 자의 문학
살아남은 자의 문학
한국전쟁 3년 1개월, 300만 명이 사라졌다. 빈자리는 상처로 남았고 그것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었다. 상처의 깊이만큼 살아남은 자의 문학은 깊어졌다. 전쟁을 다루는 작품은 더욱 절실하다. 어리석은 비극을 되풀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비극은 없다 초판본 1950년대 전후 소설 가운데 하나다. 한국전쟁이 가져온 좌파·우파의 이분법적 사고, 전쟁의 폭력적인 현실 앞에 파괴되는 인간성과 삶을 여실히 보여 준다. 이러한 참상 속에서 자신의 의지를 내세워 대항하거나 모성애와 인간애를 지닌 인물상을 그려 내 휴머니즘이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형상화하고 있다. 홍성유 지음, 최경희 엮음 |
하근찬 작품집 195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부문 당선작은 당시 많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냈다. 하근찬의 <수난 이대>다. 일제강점기 징용으로 외팔이 된 아버지와 한국전쟁 때 외다리가 된 아들의 이야기다. 하근찬은 아버지와 자식이라는 세대 구조로 역사의 굴곡과 민족 수난사를 보여 준다. 그의 작품 일곱 편을 수록했다. 하근찬 지음, 이상숙 엮음 |
정원석 동화선집 남한과 북한의 병사가 마주친다. 총을 겨누고 말싸움을 하다 보니 같은 반 급우였다. 서로 생존을 기원하며 헤어진 둘은 노인이 되어 편지를 주고받는다. <산에는 꽃 피네>의 줄거리다. 비극적 사건의 상처를 극복하는 길을 동심의 회복에서 찾는다. 정원석 동화의 특징이다. 그의 동화 열네 편을 소개한다. 정원석 지음, 김학중 해설 |
전봉건 시선 초판본 말로 그린 데셍. 전후 모더니스트 전봉건의 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는 전란의 상황을 고발하는 진술을 극히 절제한다. 비극에 대한 절규 또한 없다. 그저 아비규환의 정황 자체를 그릴 뿐이다. 이데올로기에 강요된 슬픔이 아닌 묘사가 환기하는 슬픔이다. 한국전쟁의 참상이 담긴 ‘회화’들을 살펴보자. 전봉건 지음, 최종환 엮음 |
하늘만큼 먼 나라 남북 이산가족 문제를 조명한 희곡이다. 한국전쟁으로 갈라진 부부가 40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 노부부와 고모는 기뻐하지만 자식들은 그렇지 않다. 그들에게 어머니는 오랜 기간 성장하며 경험한 가정의 정체성을 흔드는 불청객일 뿐이다. 이산가족이 상봉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냈다. 노경식 지음 |
침향 강수는 월북하고 56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오랜 세월 그를 기다린 노모는 세상을 떴고 아내는 정신을 놓았다. 아들은 평생 ‘빨갱이 자식’으로 자랐다. 친구의 아버지는 강수 때문에 죽었다. 강수와 그들이 재회해 한을 푸는 과정은 이념 대립과 분단이 가져온 갈등과 분노를 풀고 화해를 이끌어 내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김명화 지음 |
김소진 단편집 초판본 서른셋의 나이로 안타깝게 요절한 김소진은 1990년대 한국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다. 다양한 어휘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말맛이 고금을 넘나든다. 그의 아버지는 한국전쟁 중 처자식을 북쪽에 두고 홀로 월남했다. 때문에 북에 두고 온 가족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이야기가 많다. 그의 유작 중 일곱 편을 초판본 그대로 만나 보자. 김소진 지음, 고인환 엮음 |
2913호 | 2017년 6월 27일 발행
살아남은 자의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