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의 기수
오용록이 옮긴 테오도어 슈토름(Theodor Storm)의 ≪백마의 기수(Der Schimmelreiter)≫
자연과 사람과 사람들
자연을 이해하고 부리면 사람은 자연의 주인이 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자연이지만 사람은 사람에 의해서만 사람이다. 사람이 되기 위해 사람은 자신의 주인을 만난다. 사람들이다.
아버지는 아들이 소나 염소에는 취미가 없을 뿐 아니라, 개펄에 붙어사는 사람이면 누구나 콩에 꽃이 피는 것을 보고 반기는데도 그는 자기 애가 그런 일에 무심하다는 것을 알았어요. 그러나 아버지는, ‘농부 한 사람과 아들 한 명으로는 작은 농지는 건사할 수 있지만, 얼치기 학자와 하인 한 명으로는 그렇게 못하지. 나도 그래서 성공하지 못했잖아’ 하는 생각을 하고는 아들을 제방으로 보냈지요. 아들은 그곳에서 다른 인부들과 같이 부활절에서 성 마르틴 축일까지 손수레로 흙을 날라야만 했어요.
‘이제 유클리드에 대한 망상에서 벗어나겠지.’
아버지는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이리하여 아들은 흙 나르는 일을 하게 되었지만 유클리드 기하학 책만은 언제나 주머니에 넣고 다녔죠. 남들이 밥이나 간식을 먹을 때 손수레를 뒤엎어 놓고는 그 위에 앉아 책을 보았습니다.
≪백마의 기수≫, 테오도어 슈토름 지음, 오용록 옮김, 14쪽
흙을 나르며 책을 읽는 이 아이는 누구인가?
주인공 하우케 하이엔이다. 가난한 소작인의 아들이다. 운 좋게도 제방 감독관의 하인이 된다.
제방 감독관은 무슨 일을 하는가?
그는 소택지 지주들로 이루어진 제방조합의 대표다. 간척지를 조성하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는 공사를 진두지휘한다.
제방 감독관의 하인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하우케는 올곧고 성실한 성품과 능력 덕분에 제방 감독관의 신임을 얻는다. 그의 딸 엘케와 연인이 된다. 그러고는 제방 감독관을 꿈꾼다. 하지만 그에게 악조건이 놓여 있다.
악조건이란?
제방 감독관이 되기 위해서는 땅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땅이 없다.
백일몽이었는가?
감독관이 죽자 자리를 계승한다. 엘케가 아버지에게 받은 땅을 그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제방 감독관은 무엇을 하는가?
새 제방을 설계하고 완성한다. 그러나 옛 제방과 새 제방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새 제방의 문제는 뭔가?
새 제방 때문에 물길이 바뀐다. 옛 제방은 거세진 물길에 크게 손상된다.
이제 옛 제방을 수리하는가?
분명한 태도를 취하지 못한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가 폭풍우가 닥친다. 백마를 타고 제방을 살피던 중 아내 엘케와 딸이 탄 마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것을 발견한다. 그 순간 제방 한쪽이 무너지고 마차가 사라진다.
무너지는 제방에서 그는 뭘 하는가?
백마와 함께 거센 물길 속에 뛰어든다. 가족과 함께 죽는다.
파국의 원인은 어디 있었는가?
하우케의 성격이다. 그는 정확한 계산 능력과 강한 의지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제방의 문제점이 드러났을 때 그 심각성을 외면하는 바람에 운명의 개척자에서 희생자로 전락한다. 그런데 이 파국의 싹은 이미 그와 마을 사람들의 관계에 내재해 있었다.
파국의 싹은 어디 있었나?
그는 옛 제방보다 훨씬 뛰어난 새 제방을 건설해 소작인의 아들이라는 허약한 정체성을 극복하려 했다. 그것은 강박관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새로운 제방이 일으킨 문제를 외면했던 것이다.
작가의 메시지는 뭔가?
하우케와 그를 제방 감독관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다수 사람들의 알력을 묘사한다. 개인과 사회의 대결을 지적하는 것이다.
제방은 어떤 의미인가?
자연과 문명의 대결이다. 하우케는 유클리드 기하학 책이 상징하듯이 자신의 의지와 지식 아래 자연이 복속되고 관리되길 바란다. 하지만 자연의 엄청난 위력 앞에서 인간의 자연 지배 의지와 빈약한 지식, 비이성적 사고는 무참히 깨진다.
어떤 작품인가?
향토문학의 세계적 전범이다. 1888년에 발표된 소설로, 사실주의 문학의 완숙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북해 소택지 특유의 환경에서 자연재해와 사회의 모순에 맞서 싸우는 인간의 의지를 그렸다.
테오도어 슈토름은 누구인가?
독일 후줌 출신의 시인, 소설가다. 그의 작품에는 고향의 풍토, 증조모의 정원, 후줌의 성, 개펄, 북해의 잿빛 해변과 바다가 기본 색조로 등장한다.
당신은 누구인가?
오용록이다. 강원대 독문과 교수다.